부스트캠프 — 멤버십 학습스프린트 회고

Sue Cho
7 min readOct 26, 2020

멤버십 학습스프린트 마지막 마스터클래스가 끝나고 여느 때와 같이 채팅 창에는 ‘수고하셨습니다’와 ‘감사합니다’가 올라왔지만 여느 때와는 다르게 줌 창을 나가는 인원이 적었다. 평소에는 질문을 하기 위해 또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질문을 하나 궁금해서 남아있었지만 5주간 달려온 스프린트의 마지막 마스터 클래스인 것이 모두들 아쉬웠겠지. 나 역시 아쉬워 나가지 못하고 서성였다. 캠퍼들은 그 공간에서 각자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을까?

난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인데…

많이 무서웠다. 챌린지는 멤버십에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캠퍼들 속에 뒹굴어야 했던 진흙탕 분위기가 강했었다. 반면 멤버십에 들어왔을 땐 어떤 안전 울타리가 딱 쳐진 기분이더라. 마스터 클래스가 끝나 모두들 나가지 못하고 있을 때 내 나무 울타리들을 누가 하나씩 뽑아서 수거해가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void로 던져진 기분이랄까? 이 방을 나가면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엄마 다리 사이를 빠져나오는 아기 사슴처럼.

접니다. 아.기.사.슴 (https://romesentinel.com)

5주 동안 배운 것도 많지만 그 몇 십백천…배(만 배까지는 아닌 듯ㅎ) 공부해야할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 더 공허했고 “이렇게 끝나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앞섰다. 앞으로 마주할 8주 과정이 끝나면 이 두려움은 더 커질테지만 저 갸냘픈 다리가 힘을 얻어 풀밭 위를 깡총 깡총 뛰어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스프린트: 전력질주?

스프린트의 사전적 정의는 전력질주가 맞지만 Agile에서 말하는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스프린트는 의사결정을 위한 work process 방법론 중 하나로 5일을 개발주기로 유의미한 task들을 끝내게 된다. 5주간의 학습스프린트가 끝나고 나니 문득 드는 생각은 ‘개발 스프린트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말이 주는 힘이 대단한 것이, 만약 스프린트의 초점이 개발에 있었더라면 기능 구현을 다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하지만 학습스프린트였다. 매일 오전에 진행한 스크럼 시간에 팀원이 어떤 학습을 진행했는지 공유했을 때 경청할 수 있었다. “어제 A 기능 구현을 위해 B자료로 C학습을 했더니 잘 되던데요? B링크는 슬랙에 공유해 놓을게요.” 와 같이 진행된 스크럼은 개발 시간도 물론 단축해 주었지만 함께 성장하기 위해 지식의 폭,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새로운 것들을 배울 때 틈틈히 노션에 정리를 해보았다. 매번 상세하게 기록을 할 수는 없었지만 어느새 노션에 스크롤바가 생길 정도의 학습 페이지들이 쌓였다. 처음에는 UIImageView에 이미지 올리는 방법도 몰라 다 정리해 놓았으니 이제는 지워도 되는 페이지들이 많지만 1주차에 ‘다른 사람 글 볼 바에는 내 글 본다’ 마인드로 썼던 글들에 많은 추억들이 담겨 있어 끝까지 남겨 놓고자 한다. 사실 뒤로 갈 수록 노션 정리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초반에는 모르는 것이 분명했고, 해결 방법의 갈래도 많지 않았으며 그 내용의 깊이도 깊지 않았다. 이미지 뷰에 이미지 올리는 방법이 다양하지 않고 꽤 straight forward 한 것 처럼 말이다. 그러나 점차 개념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어디까지 정리를 해야 하는지 감도 잘 안잡히고 귀찮기도 해서(으이구) 글이 뚝 끊겨 있기도 하다. 가령 분명 노션 페이지 제목은 hitTest인데 어떻게 하다 보니 UIResponder로 흘러갔다가 UIViewController가 UIResponder를 상속하는 것을 알게 되어서 뭐 rootViewController보다가 window / scene으로 넘어간… 에 지금 쓰고 보니까 그냥 집중력 결여…🧐

스프린트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과감하게 moving forward하는 자세라고 한다. 하나에 붙잡혀 몇 시간이고 날리는 경우가 허다했는데(응 스크롤 뷰 너 말한거야ㅡ.,ㅡ) 앞으로 맞이할 3주, 5주 프로젝트에서는 기획서를 바탕으로 내 능력치에 맞게 우선순위를 선정하여 탁! 탁! 해결해나가고자 한다.

시작할 땐 저렇게 깨끗했던가…. 이정도면 沐浴齋戒 목에 삼수변 빠져야할 듯

집단 지성의 힘

매 주 더 강해진 욕구가 있었다. 당연히 객체 간 역할 분리도 잘 하고 싶고, 가독성 신경쓰고 싶고, 많이많이 공부해서 왕창 머리 속에 넣고 싶고, 새로운 기능 구현할 때마다 이전 코드 좀 덜 고치게(할많하않) 확장성 있게 짜고 싶지. 누군들 안그럴까. 근데 다른 사람 코드를 더 잘 읽고 싶다는 욕심이 계속 커졌다. 아마 그 생각의 시작은 모각코방일 것이다. (*모각코방 : 줌을 통해 n명의 인원이 모각코를 진행하고 서로 질문하는 공간)

모각코방의 매직 워드 : “여러분”

도움을 요청하고 싶을 때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할 때 스윽 던지면 모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설명을 하고 나니까 무슨 관종마법학교에서 배우는 주문스럽지만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부스트캠프 챌린지 첫 날, “말랑말랑한 사고”의 중요성에 대한 마스터 클래스가 있었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만 당장 내게 와닿는 의미는 “상대의 코드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정도인 것 같다. 모각코 방에 처음 들어간 날은 정말 기가 많이 빨렸다. 화면 공유로 다른 캠퍼의 코드를 보는데 “뭐여 저게… 저게 뭐하는 코드여” 싶은 것들 투성이었기 때문인데 한 주 두 주 “뭐시여” 하다보니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해도 어떤 생각으로 짰는지는 보이기 시작했다. 화면 공유를 통해 함께 코드를 나누면서 해결하다 보면 내가 구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알게되는 경우도 있지만 코드 주인의 설명을 들으면서 내가 놓친 디테일들을 파악할 수 있거니와 함께 해결했을 때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가장 애정했던 공간인 것 같다. 모두 힘든 기색이 역력하고 다크서클 내려오고 목소리가 잠겨도 밤 늦게까지 함께 불 태웠던 곳이었다. 서로 잘 하고 있는지 확인도 해주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끔 격려도 해준 아주 정이 넘치던 지성인들의 방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

5주를 더 했어도 후회는 했을 것

아마 함께한 캠퍼들에게 물어보면 다 똑같이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5주 더하면 마스터님들이 기획하시느라 더 힘들겠지만~ 캠퍼들은 5주를 더 하건 10주를 더 하건 그 막바지엔 똑같이 후회할 것이다.

조금 더 열심히 할 걸? 더 열심히 할 수 있나?

하지만 생각해보면 더 ‘열심히’를 끼워넣을 틈이 없다. (아 막판에 고스톱에 조금 꽂혔네 그러고 보니… 예 전 끼워넣을 틈 있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한 주의 목표를 세우고, 할 일을 정해서 스프린트(전력질주) 했을 것이다. 나 역시 매 주 새로운 목표를 세웠고, 나온 기획서에 따라 task를 쪼개어 학습하고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자잘한 체크 포인트들 덕분에 개발하는 재미가 더해진 것 같다. 안 되던 것이 되었을 때의 내적환호, 몰랐던 것을 알았을 때의 기쁨. 가족이나 친구한테 자랑할 것도 없는데 혼자 몸 한번 흔들게 되는 작은 행복들을 매일 내게 n번씩 줄 수 있었던 건 즐거운 경험이었다.

매 주 세운 목표라 함은 사소하게 ‘궁금증이 생길 땐 노션에 적기’, ‘리드미 제발 작성하기’, ‘커밋 시 연관성 있는 파일들 묶기’ 등이 있었다. 궁금증이 생길 땐 노션에 적자는 목표 주에는 이런 궁금증도 적혀있다 : “왜 인스타그램 스토리 하이라이트는 horizontal scroll view에 scroll bar가 안 보이게 했을까?” “왜 모바일 슬랙은 이미 컴퓨터에서 확인한 알람을 없애지 못하는걸까? 카톡은 하는데… 대한민국 짱🇰🇷” 당연히 해결한 질문보다 해결 안된 질문이 더 많지만 이렇게 매주 새로운 목표를 지키려고 노력한 것이 매 주 새롭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refresh 되게 해주었던 것 같다.

Show Yourself — Queen Elsa of Arendelle

어느 날 랜덤 재생 목록에서 이 노래가 나왔다. 원래 노래 들을 때 가사는 잘 신경쓰지 않는데 그날 따라 개발을 하기가 싫었는지 귀에 들어왔다. 그 이후로 자주 돌려 들었다.

Show Yourself

앞으로 계획되어 있는 8주 동안 여전히 공부할 것이고, 기획서에 따라 개발을 진행하겠지만 그룹으로 함께 한다는 점 그리고 누군가가 코드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아직은 많이 떨리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결국 이 길을 걷고자 발을 담근 우리는 코드로서 show myself를 해야하는 것이다. 내가 누군지, 어떤 개발자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안도가 되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 작은 약속을 해보자면

  • 다시 돌아오더라도 안될 땐 우선 과감하게 move forward
  • 개발은 정규 시간 내에서만 하기
  • 정규 시간 이후에는 추가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 학습한 후 Medium에 정리하기

8주 뒤 다시 회고를 쓸 땐 풀밭에서 내 세상인 것 마냥 깡총깡총 뛰는 사슴린이가 되어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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